바닷바람에 부쩍 익어버린 햇과를 수확했습니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들판에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마지막 과일들을 익게 하시고/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무르익은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스미게 하소서…" 릴케의 '가을날'이라는 시입니다. 붉디붉은 풍성한 과실을 앞에 두고보니 나도 모르게 이 시를 떠올렸습니다.

지난 여름은 우리를 휘청거리게 했고 우리 몸에 있는 세포들은 늘어질 대로 늘어졌습니다. 마치 우리 인간의 인내의 한계를 시험 당한 듯했습니다. 이제 제법 아침저녁으로 부는 상큼한 바람이 볼에 상쾌합니다. 가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고 지금도 불타는 가을 단풍을 보면 가슴이 설렙니다. 봄에 뿌린 씨앗이 여름에 무르익고 가을은 거두어들이는 결실의 계절이 아닌가요. 겨울은 그 결실로 동면을 하며 에너지를 비축합니다.

독한 여름을 나기 위해 우리는 건강식품을 먹고 건강한 피를 만듭니다. 그 붉은 피는 우리의 육신을 지켜주고, 그 피 속에는 우리가 그동안 경험했던 행복 만족 기쁨뿐만 아니라 슬픔 아픔 고통까지도 녹아 있습니다. 피는 육신의 영양분이고 정신의 자양분입니다. 농부가 농장에서 수확을 하듯 우리 또한 우리의 혈액 속에 녹아 있는 열매를 거두어 들여야합니다. 풍부한 경험이 풍요로운 정신으로 혈액 속에 녹아 있습니다. 풍요로운 정신의 샘에서 얼마든지 물을 길어낼 수 있는 우리들이 아닌가요. 이 가을에 춤추고 노래하는 역동적인 신체적 정신적 감각을 일깨워 줘야 합니다.

우리 몸에는 센서가 있습니다. 가을에는 내면에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려 보세요. 몸이 들려주는 진정한 자아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쓰지 않는 신체 기관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감에 날을 세워보세요. 온몸을 던져서 읽고 온몸을 던져서 살 때 우리의 경험이 완전히 체화되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삶의 비결은 아름다움의 추구에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대할 때 얻게 되는 감동을 삶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면 힘이 됩니다. 자신의 감각을 사랑하고 나비처럼 가볍게 춤을 출 때가 왔습니다. 붉디 붉은 이 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