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잦아들고 봄 기운이 만연하니 남해 들판에는 녹색의 싱싱한 채소와 백년초의 푸르른 기운들로 에너지와 활력이 느껴집니다. 한의학에서는 음식의 색은 오장육부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데, 녹색을 띠는 음식은 간의 기능을 돕습니다. 간의 해독 작용을 도와 몸 속에서 독소나 노폐물의 배출을 촉진하며 몸을 청정하게 만들어주는 효능을 발휘합니다. 특히 미세먼지, 술, 담배, 중금속 등 우리 몸에 독이 되는 유해물질들이 걱정된다면 녹색을 띠는 음식들을 충분히 챙겨먹는 것이 좋습니다.

봄을 알리는 냉이가 밥상에 오르기 시작하는 시기인데, 냉이는 해독에 좋은 채소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제채(薺菜)’라는 약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하고, 간 기능을 돋워 봄철 나른함과 피로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냉이에 풍부한 콜린이라는 성분이 간에 지방이 축적되지 않도록 도와주며, 단백질, 비타민, 칼슘, 인, 철분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몸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체력을 보강하는 데 좋습니다. 한창 냉이가 나오는 철에는 반찬으로 활용하면 좋고, 사계절 내내 활용하려면 깨끗이 씻어 잘 말려두었다가 피로할 때마다 차로 끓여 마시면 됩니다.

시금치는 찬 성질을 갖고 있어서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습니다. 해독 작용이 있어서 체내 독을 풀어내주며 오장의 막힌 것을 소통하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시금치에는 베타카로틴, 루틴, 비타민 C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합니다. 이 물질들이 노화를 촉진하고 질병을 일으키는 과잉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으며,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혈액 속 독소와 노폐물 제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과음 후 알코올을 빨리 분해해서 숙취 제거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엽산, 철분, 칼슘 등의 성분도 풍부해서 성장기 아이들이나 임산부에게도 좋습니다.

슈퍼푸드로 잘 알려진 브로콜리 역시 해독 작용이 뛰어난 식품 중 하나입니다. 브로콜리에는 인돌3카비놀, 이소티오시아네이트 등의 성분이 화학물질을 해독해주며 항염증, 항암 효과도 있습니다. 간의 피로를 덜어주기 때문에 기운이 없고 무기력하게 느껴질 정도로 피로할 때 섭취하면 도움이 됩니다. 브로콜리는 잎이나 줄기에도 좋은 영양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전체를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브로콜리의 설포라팬 성분은 위를 보호하고 위장 질환에 효과가 있어서 소화기가 약한 사람들에게도 좋습니다.

독특한 향을 가진 미나리 역시 몸에 쌓이는 유해물질의 배출에 좋습니다. 간의 기능을 북돋아 숙취와 피로를 없애주기 때문에 평소 술자리가 잦거나 과도한 업무로 피로가 심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가래를 삭히고 기관지와 폐를 보호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나 황사처럼 공기오염이 심할 때에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좋습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조절하기 때문에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칼슘, 인 등 각종 무기질이 풍부해서 머리를 맑게 하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이나 업무 과다로 늘 피로한 직장인에게도 좋습니다.

녹차도 해독 작용에 좋은 대표적인 음식입니다. 녹차의 떫은 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은 체내에 유입된 유해 성분이나 독소를 제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육류나 어류를 요리할 때 비린 냄새나 기생충, 세균의 제거에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녹차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칼슘 등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으며 폴리페놀류의 항산화 성분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피로 해소에도 좋습니다. 세포의 손상을 막아 노화를 예방하며 뇌의 노화를 방지해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들의 경우 장기간 마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런 모든 것을 아우러는냥 가시를 촘촘히 달고 있는 저 선인장의 강한 푸른 기운에 만물을 압도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