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열면 바로 남해 앞바다가 보이는 마을. 오로지 사람 손으로 만든 계단식 논을 구경하기 위해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다랭이 마을을 찾습니다. 경운기조차 들어가기 힘든 길이지만 알고 보니 영화 ‘인디안 썸머’ ‘맨발의 기봉이’ ‘여름 이야기’ 등 다랭이 마을에서 촬영된 영화가 3편이나 되더라구요. 드라마, 영화, CF 등에 마을이 소개되면서 연간 수십만의 인파가 이곳에서 도심의 묵은 때를 벗기고 갑니다. 저도 남해백년초를 통해 남해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백년초 농장도 들려 볼 겸 남해 상주해수욕장 등 그 동안 말로만 들었던 곳을 둘러 보기도 출발했습니다

한여름 피서객들이 한바탕 요란스럽게 마을을 들었다 놓고 간 자리에서 대부분 노인으로 구성된 마을 주민들은 잦은 비에 물러지기 쉬운 고추를 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이 좋게 밀고 끌며 가시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만수무강 하세요.

해안도로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자리한 마을은 적막하리만치 조용합니다. 처음에는 해안도로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자동차도 들어갈 수 있는 포장길 이었다는군요. 하지만 도시에서 온 관광객들이 떠나간 자리에 온갖 쓰레기가 넘쳐 입구를 계단식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한 마을 주민인 할아버지는 “차가 와서 야단일 때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덕분에 마을이 젊어졌다”고 말하기곤 흐뭇해 하십니다. 다랭이 마을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기존 69가구에서 5년 새 7가구가 늘어 지금은 76가구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그중엔 20대 젊은이도 있습니다.

다랭이 마을에서 민박을 하기로 한 밤 그날 밤하늘은 금방이라도 별을 쏟아낼 것만 같습니다. 방문만 열어도 바다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이 보이는 다랭이 마을은 하늘 역시 더 높고 푸릅니다. 다랭이 마을의 정겹습니다. 시원한 바람 덕분에 다음 날에는 산행도 하였습니다. 산에 오르면 멀리 남해의 다도해가 한눈에 보입니다. 맑은 날은 100km 떨어진 대마도도 보인다고 합니다. 돌아 오는길에는 백년초 농장에 들러 백년초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사실 다랭이 마을에는 번듯한 식당 하나 없습니다. 숙박 시설 역시 민박이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해마다 수십만의 도시인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아마도 이 마을만의 넉넉한 인심과 자연을 지키려는 때 묻지 않은 마을 주민들의 마음 씀씀이 때문일 것입니다.

<임상욱, 울산광역시 울주군 범서면 구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