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는 봄은 오지 않고 '꽃샘추위'가 몰려왔습니다. 봄비가 오더니 쌀쌀해졌습니다. 봄이 오기가 그리 힘듭니다. ‘꽃샘추위’는 '꽃이 필 무렵의 추위'를 가리키는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입니다. 추위를 비유하는 말인 한파, 동장군, 혹한에는 몸이 오싹해지지만 꽃샘추위란 말에는 웃음이 살짝 번집니다. 그렇다고 꽃샘추위가 만만한 추위는 아닙니다. '봄추위 장독 깬다'는 옛말이 있듯 봄철에 의외로 사나운 추위가 있다는 자연의 경고입니다.

앞마당에 매화가 활짝 피었는데 꽃샘추위가 장난이 아닙니다. 멀리 보이는 망운산 기슭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있고 그 흰 눈이 산바람을 맞으니 눈가루가 뼛속으로 스며들듯 차갑습니다. 텃밭을 손질하다 들어와 벗어버린 내복을 다시 꺼내 입었습니다. 이런 날씨를 두고 꽃샘추위란 시적인 은유를 남긴 옛사람들이 고맙습니다.

그 말 속에는 나무가 꽃 피우는 것을 샘을 내서 찾아오는 추위이니 사람은 능히 참고 견딜 수 있다는 따뜻한 격려가 있습니다. 꽃샘추위 앞에서 가장 뜨거운 것이 나무입니다. 스스로 뜨겁지 않으면 이 추위 속에 어떻게 꽃을 피워내겠습니까. 잎을달겠습니까. 꽃샘추위와 비슷한 우리말에 '꽃샘잎샘'이란 말이 있습니다.

꽃과 잎이 필 무렵의 추위를 말합니다. 추워서 할 일이 없을 땐 사전을 뒤져 정겨운 말을 찾아봅니다. '꽃잠'이란 말이 있습니다. '신랑 신부의 첫날 밤의 잠'이 꽃잠이고 '깊이 든 잠'도 꽃잠입니다. 꽃샘잎샘에 눈까지 내리는 날, 장작 군불을 때고 아랫목에서 꽃잠을 자고 싶은 날입니다.

옷 따뜻하게 여미고, 봄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