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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8월 하순의 기온의 패턴을 찾은 것 같습니다. 오늘이 모기의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니 아침저녁으론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풀벌레가 가득한 산길을 걸으니 가을 속에 와 있는듯 합니다. 시인 김광균은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추일서정)라고 노래했지만, 홍윤숙은 그 소리가 낭자하다고 했습니다.

<공원의 작은 숲에선/ 쏟아지는 여름 풀벌레 소리 낭자하다/ 아무리 들어도 결코 음악이 될 수 없는/ 노래 될 수 없는/ 다만 제멋에 겨워 소리소리 지르는/ 풀벌레 소리가 눈치 보지 마라 주눅들지 마라/ 그저 살아라 살아라 악을 쓰며 울어댄다>(풀벌레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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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름다운 미물의 소리에 지친 마음의 위로를 받는 듯합니다.

귀뚜르르르 귀뚜라미 소리 구슬프고 아름답습니다. 시원한 청량제가 따로 없습니다. 가을의 전령인 풀벌레 소리가 정겹게 다가옵니다. 메뚜기목 여치과의 줄베짱이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그 옛날 고향 떠난 사람들은 고향의 귀뚜라미 가져다가 머리맡에 놓아두고 향수를 달랬습니다. 사람들은 가을 귀뚜라미 소리가 애절하다고 하지만 암컷을 부르는 수컷의 연가일 뿐입니다.

베짱베짱 밤새 배를 짜는 베짱이, 쩝쩝 찌이익 찌익 우는 여치, 초롱초롱초롱 쉼 없이 짝을 찾는 긴꼬리, 리~링 리~링 방울 굴리듯 아름답게 우는 방울벌레 등 풀섶의 제멋대로 관현악단의 멤버를 일일이 주어 섬기기도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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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풀벌레들의 소리는 울음 소리가 아닙니다. 종 존속을 위해 암컷을 유인하려고 몸을 비벼서 내는 수컷의 마지막 몸부림 소리입니다. 학술적으로 표현하면 베짱이 수컷이 밤에 왼쪽 앞날개에 있는 줄칼 모양의 날개맥을 오른쪽 앞날개의 마찰편에 비벼서 내는 소리입니다.

베짱이들은 알 상태로 겨울을 난 뒤, 봄에 애벌레 과정을 거쳐 성충이 된 8월부터 10월까지 부지런하게 번식을 마친 후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개미가 일하는 동한 풀섶에서 한가롭게 노래질이나 하는 녀석이 아니라, 온종일 풀과 과일즙을 뜯어먹는 대식가입니다. 그들의 노랫소리도 단지 8~10월 번식기에, 그것도 수컷만이 암컷을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요,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슬픈 연가입니다.

줄베짱이는 평지나 야산의 풀밭이나 숲 가장자리에 서식합니다. 몸길이 35∼37mm(날개 끝까지)이입니. 몸 빛깔은 녹색이거나 황갈색입니다. 앞가슴은 약간 넓적하고 가운데는 세로로 약간 오목합니다. 앞가두리는 조금 안쪽으로 구부러져 있으며, 뒷가두리는 약간 둥급니다. 암컷 앞가슴에는 1개의 등황색 선이 넓게 있고, 수컷은 전체 면이 등갈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