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立秋)를 하루 지난 오늘, 남해는 비가 내립니다. 이 비로 인해 분명 더위도 한풀 꺾이고 가을은 더 가까이 올 것입니다. 입추가 하루 지났다고 느낌이 사뭇 다른 건 나만 느끼는 기분일까요. 아직 더위는 더 남아 있을 것이지만 입추가 가을의 문턱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농장에 풀을 정리하고 늦은 오후에 농장을 거닐었습니다. 지난 7월에 보았던 논, 밭 풍경과는 사뭇 다른 전경이 펼쳐지고 있더군요. 가지마다 튼실한 열매들이 열려있고 점차 무르익기 시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감자나 오이, 상추 등은 이제 전성기를 넘기고 텃밭에는 고구마와 옥수수, 고추 등을 비롯 비염에 좋다는 수세미도 영글고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끝난 장마와 요즘은 소낙비가 자주 내리는 시기인지라 밭은 우후죽순처럼 온갖 잡초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무성한 잡초들을 그냥 방치한 밭이 상당수입니다. 봄에는 '자기 밭'이라고 자식들이 농작물을 많이들 심어놨지만 지금은 자녀들도 뜸하고 지금은 달이 지날수록 '나 몰라라'하고 점차 관심이 줄어드는 밭의 운명(?)인 셈이지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무성한 잡초로 우거진 밭 사이로 간혹, 제때 김도 매어주고 제대로 관리가 된 밭에는 튼실한 열매들이 보기 좋게 무르익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파종과 모종을 심는 봄을 지나 잡초가 무성해지는 여름철 텃밭 관리여하에 따라 가을에 그에 합당한 과실들을 얻게 되겠지요. 입추가 지난 밭, 자연 속에서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비가 그치고 맹렬한 햇볕과 무더위는 아직 여전하지만, 가을의 문턱, 입추를 맞이하는 동네 밭의 풍경을 한눈에 담아보았습니다. 서서히 '농익은 결실'이 영글어 가는 시기임은 틀림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