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혁명이 시작되기 전 인류에게서는 현대인이 앓고 있는 질병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일만년 전에 발생한 농업혁명이 질병의 시대를 열었다고 책에서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주장처럼, 의학기술이 발전하는데도 왜 아픈 사람은 자꾸 늘어날까요. 우리는 비만, 암, 당뇨병, 고혈압, 전염병 등 각종 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환경이 깨끗해졌지만 오히려 아토피나 알레르기 환자는 늘었습니다. 식량 증가로 빈곤이 어느 정도 해소되자마자 비만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수렵·채집 시대와 달리 농업혁명 이후 식단은 고기 등 단백질에서 탄수화물 위주로 바뀌었습니다. 농경생활로 곡물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입니다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면역체계가 부실해져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집에서 가축을 키우기 시작하자 가축에 기생하는 병원균이 인간에게 옮았습니다. 인구가 늘고 도시가 생기면서 전염병은 재빨리 퍼지고 잇습니다. 문명화되면서 바뀐 생활 환경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는 것입니다.

또 300년 전 발생한 산업혁명으로 대기와 수질이 오염되고 독성 화학물질이 증가하면서 질병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이 인류가 오랜 세월 형성해온 유전자와 환경의 조화를 크게 흔들어 놓았고 이 때문에 질병이 대유행할 ‘무대’가 만들어졌다”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었죠.

작가의 주장처럼 두 혁명이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류의 유전자가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가 환경의 변화 속도를 쫓아가지 못해서입니다. 유전자는 주변 환경에 따라 활성화 여부가 결정됩니다. 그리고 획득된 유전자 변화는 유전됩니다. 인류는 이 과정을 거쳐 환경에 맞게 유전자를 변화시켜왔습니다.

인류는 지난 수백만년 동안 수렵·채집 생활에 적응해왔습니다. 유전자도 수렵·채집 생활의 식습관, 신체활동, 자연환경에 최적화됐습니다. 그러나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은 최근 일만년 사이의 일로 유전자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엔 시간이 짧았습니다.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600만년이라는 인류의 역사를 1년으로 축소했습니다. 그러자 농경·목축생활은 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오전 6시가 돼서야 시작했습니다. 산업혁명은 12월31일 밤 11시40분에 일어났습니다. 인류 역사의 99% 이상이 수렵과 채집 생활이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농업혁명 전에도 영양 부족 등 질병을 일으키는 요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유전자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질병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질병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부작용으로 생겨난 질병이 고혈압, 당뇨병, 알레르기 질환, 암 등이라 주장합니다.

책에서 저자는 질병을 설명할 때 유전자뿐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주목해야 하고 유전자는 환경 적응의 산물이므로 질병을 설명할 때는 유전자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 발생 원인을 특정 유전자에서만 찾을 수는 없으며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활성화되지 않으면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암 유전자의 활성화 여부는 주변 환경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짠 음식을 많이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생활습관이 지속되면 유전자 활성물질에 변화가 생겨 암 유발 유전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질병을 만들어낸 8가지 환경 요인으로는 음식, 기후변화, 햇빛, 오래달리기, 술, 담배, 산업혁명, 화석연료라 칭합니다. 예를 들어 담배로 인해 폐암에 걸리는 것은 인류가 담배를 피워온 역사와 비교하면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담배를 처음 피우기 시작한 아메리카 원주민은 폐암에 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현대의 담배인 궐련은 잘게 썰어 말린 담배를 종이에 말아 붙을 붙여 상당한 열이 발생하는데 이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피우던 담배와 비교하면 니코틴 등 유독 화학물질이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담배를 피운 역사가 꽤 길어도 니코틴 등의 유독물질을 내놓는 담배에 현대 인간의 유전자는 거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는 농업혁명 이전부터 술의 원료인 알코올을 섭취해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알코올은 과일이나 곡물이 발효되면 자연상태에서도 쉽게 만들어집니다. 오랫동안 알코올을 섭취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술을 많이 마시면 취하고 심할 경우 질병에 걸립니다. 이유는 인류의 유전자가 다량의 알코올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염병, 비만,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등 현대인이 앓는 주요 질병이 문명 이후 급증한 데 미친 요인도 분석했습니다. 당뇨 환자가 급증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섭취하는 당의 양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이는 산업혁명 이전 인류의 혈당 이용 시스템으로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이어서 유전자가 미처 적응하지 못했다고 적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것은 질병의 탄생이 있으면, 그에 따르는 예방도 분명 있다는 것. 질병이 왜 생기는지 알았으니, 이제 그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