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감자가 나왔는데도 감자 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합니다. 가뭄이 심해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수요가 늘어나서라고 합니다. ‘허니버터칩’의 폭발적 인기도 한몫을 했을테지만요. 감자를 구황(救荒) 식품쯤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 여름철이면 보리밥에도 으레 감자가 섞였습니다. 아예 밥 대신 삶은 감자를 으깨어 먹기도 했습니다. 국과 찌개에도 자주 들어갔습니다. 어떻게든 탄수화물 섭취를 늘려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랬던 감자가 ‘독립 식품’으로 인기를 끌며 세상 변화를 새삼 일깨웁니다.

솔라닌은 감자뿐만 아니라 토마토나 가지 등에도 들어있습니다. 꼭 솔라닌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독성 물질이 들어있는 야채는 의외로 많습니다. 취나물이나 고사리, 두릅, 다래 순 등 삶거나 데쳐 먹어야 아린 맛을 덜 수 있는 산채는 모두 독성 물질이 있다고 봐도 됩니다. 삶거나 찌고, 말려서 먹는 전통의 식습관을 물려준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그래야 영양도 풍부해지고, 독성도 약화합니다. 설사 독성이 완전히 빠지지 않더라도 크게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남해에 자생하는 토종백년초도 독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호전반응도 있습니다. 이는 반대로 즐겨먹는 감자처럼 그만큼 약성도 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생은 껍질을 제거하고 먹고, 다림액은 껍질부분은 걸러내고 먹으면 좋은 약성을 먹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성분은 필수 영양소와 화이토케이컬이 다량으로 녹아 있습니다.

독성은 약용 성분과 마찬가지로 일정량 이상을 섭취해야만 인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독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어느 수준인지, 대개 얼마나 섭취하는지가 문제입니다. ‘가짜 백수오’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은초롱의 뿌리인 백수오 대신 모양이 비슷한 이엽우피소의 뿌리인 격산효(토백렴)를 넣은 건강식품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습니다. 가짜를 진짜처럼 속인 사기꾼 심보는 혼내어 마땅합니다. 다만 건강피해 운운은 독성 확인 이후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