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농장의 선인장 식구들도 새 순들이 올라와 다시 한 일가를 이루었습니다.

가정의 달은 가족들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달이지만, 진작 여러가지 이유로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화가 이중섭도 그러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중에는 유난히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가족을 유난히 그리워했던 마음들은 두 아들과 함께 노는 풍경, 어린아이의 나상, 여인의 얼굴 등을 나무 판이나 담뱃갑 속에 있던 은박지나 종이 위에 그리면서 고스란히 작품속에 나타나 있습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은 그림뿐 아니라 그가 아내에게 쓴 그림엽서와 편지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그리고 그 옆에 아이들 이름을 써놓고, 그림 속 자신의 아내와 자신 옆에도 ‘엄마’ ‘아빠’라고 적어 놓은 작품도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가족들과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을 두 아들이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합니다. 아마도 헤어진 가족을 늘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에게 가족의 존재는 너무 중요합니다. 어려움에 처할 때 버티어 나갈 수 있게 하는 에너지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을 잘 보살펴주고 큰 관심을 가져주는 아빠의 존재는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안정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또한 아이들의 독립성과 외부 세상을 어떻게 해쳐 나갈지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아빠와 관계가 좋았던 아이들은 주변 세상을 탐험하는데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통제력이 높고, 친사회적 행동을 보입니다. 이 아이들은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겪을 확률이 더 낮습니다.

또한 아빠와의 관계는 아동의 전 생애에 걸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친근하고 다정한 좋은 아빠를 가진 여자아이들은 아빠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찾게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아빠와 관계가 좋은 여성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준이 낮았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도 더 건강하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16세에 아빠와 친밀감 있고 좀더 응집력 있는 관계를 가진 여성일수록 이후 이들이 33세가 되어 측정한 결과 남편과도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족이 중요하고 아빠의 역할이 의미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은 많은 가정이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정 내 불화가 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의 큰 고통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친근하고 가깝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도리어 소통을 어렵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가족은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아닙니다. 인간은 상대와 친근해지면 상호의존적으로 되고 그 과정에서 일방적인 자신-타인 합류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자신과 타인을 융합하는 사고는 타인과 자신을 너무 가깝다고 생각하게 하고 타인 역시 자신과 같이 생각한다고 굳게 믿어버리게 합니다. 즉 자신의 생각만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진정으로 상대 자체를 정확하게 보질 못합니다.

서로 간 상호의존적이고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대가 자신을 아주 잘 알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상대가 실제로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에 대한 자신의 기대와 예상만 큰 것인 거죠. 자신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과장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족끼리는 서로간의 이런 잘못된 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섭섭함이나 아쉬움이 늘 있게 마련입니다. 결국 가족끼리 더 치열하게 싸우고 남보다 더 가혹해지는 것이 바로 이런 상대에 대한 지나친 기대라는 착각 때문입니다.

가족이 나와 같은 생각이라거나 혹은 그래야 한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인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관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에 쫓기더라도 아빠들이 직장만큼이나 아내와 아이들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죠. 따뜻한 가족과 훌륭한 아이들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한줄기에서 세포분리해 큰 대식구 가족을 이룬 선인장은 같은 몸이기에 서로 더 이해하고 잘 어울려서 살아갈까요? 복잡한 가지에서 서로 가시 찌르지 않고 질서있게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가까이 있으면서 서로 아는것도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자연은 우리보다도 더 인간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