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옆 민들레가 많이 피었습니다. 민들레 홀씨가 어떤 사연으로 양지바른 이곳에 터를 잡게 됐는지 모르지만 노란 꽃망울을 터트려 눈과 마음을 유혹합니다. 민들레꽃을 넋놓고 감상하다가 받아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내 눈에 들어온 민들레꽃은 햇살과 공기, 비와 눈 등 사계절의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견뎌낸 민들레의 수고스러움이 준 선물입니다.

자연은 사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생명체는 따뜻하게 품지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생명체에겐 냉정하고 냉혹합니다. 자연에서 받아들임은 생명이고 성장이지만 받아들이지 못함은 죽음이고 소멸입니다. 식물이 햇볕과 물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사람이 곡기를 끊는 것과 같습니다. 백년초처럼 생명력이 강인한 민들레는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여 잎과 꽃을 피워 홀씨로 종(種)을 유지합니다. 자연은 받아들임의 보고(寶庫)이고 경연장입니다.

숲을 찾는 사람의 눈을 홀리고 생각과 느낌을 자극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서 비롯됩니다. 사람들은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숲속 개체들의 모습에서 삶의 지향점을 만나기 위해 산과 들을 찾습니다. 숲에도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숲속의 개체들은 받아들임의 지존들입니다. 자연은 순응과 겸손의 모태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며 사는 숲속 개체들의 모습을 보며 삶의 순리를 따르지 않고 예외성을 인정받고 싶은 이기적인 내 마음이 보입니다. 그래서 숲을 만나면 많은 지력이나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욕심을 내려놓게 되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초록이 주는 마음의 평안함이 스트레스까지 해소시켜 줍니다. 자연에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자연은 사람의 내면을 정화시켜주는 마음청정기입니다.

민들레꽃이 시각과 느낌을 자극합니다. 시각적인 감각은 단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입맛이나 냄새, 듣는 것 등 느낌의 70~80%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사회심리학자 플로이드 올포트는 '단순히 다른 사람의 존재로 인해 나의 수행이 향상되는 현상'을 '사회적 촉진(social facilitation)'이라고 했습니다. 올포트의 표현을 빌려 나는 '단순히 자연의 존재로 인해 나의 수행이 향상되는 현상'을 '자연적 촉진'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민들레꽃을 보며 잠시나마 깊고 넓은 생각을 하게 됐으니 나는 민들레꽃 덕분에 자연적 촉진이 된 셈입니다.

살면서 누군가는 사람에 반하고, 누군가는 그림과 음악에 반하고, 누군가는 책과 자연에 반합니다. 나는 내가 가시 투성이 위에 도도히 앉아 있는 노란꽃을 좋아 한 것과 같이 노란 민들레꽃을 좋아 합니다. 민들레꽃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반했다고 해야 맞는 말일거 같습니다.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긍정이 필요합니다. 받아들임에는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갈등보다는 균형감각을 통한 조화가 자리합니다.

흔한 꽃이면서 귀한 민들레꽃과 숲속의 개체들이 펼치는 받아들임의 가치가 삶과 사회현상에도 접목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민들레꽃이 자리한 옆 숲속에서 받아들임의 가치를 담고 사는 나무와 들풀들을 보며 삶의 에너지를 얻는 봄입니다. 어려움과 엄동설한을 잘 견뎌내고 받아들인 민들레꽃 한 송이에서 우리는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다시금 삶을 추동하는 에너지와 의욕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