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발을 머리 너머로 넘기자 엉덩이가 위로 솟습니다. 위에 있던 머리가 이제는 가장 아래에 있습니다. 몸이 뒤집힌 것입니다. 모양이 논밭을 가는 쟁기와 닮았습니다. 그래서 쟁기 자세입니다. 쟁기 자세는 인체의 밭을 비옥하게 합니다. 인체의 밭이 어디인가요? 생식기관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생명의 싹을 틔우는 여성의 자궁을 밭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한해 농사는 쟁기질에서 시작합니다. 파종하기 전 쟁기로 논밭을 갈아엎습니다. 땅을 뒤집어 주면 통기성, 배수성, 보습성이 좋아집니다. pH가 중성에 가까워지고 영양 공급이 잘 되는 흙이 만들어집니다. 즉 생명이 소생할 준비가 마련된 것입니다. 쟁기 자세를 하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쟁기 자세를 취하는 순간 생명이 자리하는 자궁은 뒤집어집니다. 늘 체중에 눌려 있던 골반 안쪽의 장기들에 숨통을 틔워줍니다. 순환이 잘 되니 생리통, 생리불순과 같은 대부분 부인과 질환에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몸을 뒤집으면 인체는 활기를 띕니다.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피로를 해소합니다. 복부를 수축시켜 복부 팽만, 변비, 복부 비만 해소에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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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기 자세는 바르게 하지 않으면 체중이 실린 목에 부담이 갑니다. 호흡이 흐트러지면 눈, 코, 귀에 압박을 주고 혈압이 오릅니다. 보통 초보자들이 무작정 다리를 머리 너머로 넘기는 데만 신경 쓸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쟁기 자세는 쟁기질하는 농부의 마음가짐으로 시행해야 부작용이 없습니다. 고려 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지은 수심결(修心訣)에는 ‘소 길들이듯 마음을 길들이라’ 말했습니다. 베테랑 농부는 소의 호흡과 걸음걸이에 보조를 맞출 줄 압니다. 쟁기를 매개로 소와 일심동체를 이룹니다. 즉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몸에 집중하는 것이 쟁기 자세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자세를 실시할 마음가짐이 되었으면 바닥에 편하게 누워서 다리를 모읍니다. 두 팔은 펴서 엉덩이 옆에 손바닥을 바닥에 둡니다. 자연스럽게 호흡하면서 두 다리를 머리 뒤로 넘겨 발끝이 바닥에 닿도록 합니다. 반듯하게 쟁기질하는 농부처럼 체중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몸의 균형을 위해 두 손은 허리를 지탱하거나 바닥에 두어도 좋습니다. 자세를 유지하는 과정에 압박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말입니다.

바닥으로 되돌아올 때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천천히 행합니다. 손바닥에 힘을 주고 다리를 머리와 몸 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기며 바닥으로 미끄러지듯 내립니다. 목과 어깨에 실렸던 긴장을 풀어주고 편안하게 호흡을 고릅니다.

쟁기 자세는 경화된 땅을 부수는 것처럼 몸과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냅니다. 대신 주의할 점이 많습니다. 초보자는 목과 어깨를 충분히 풀어주고 행하거나 가볍게 해야 무리가 없습니다. 특히 심장병, 고혈압, 눈·코·귀 등에 질환이 있는 경우, 목 디스크가 있거나 비만일 경우 주의해야 합니다.

밤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이 지나고 봄 날씨가 완연하니 남해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해졌습니다.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건강 농사를 지어 보려고 합니다. 몸과 마음의 쟁기질을 하며 인생에서 무엇을 경작할 것인지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아래 사진 설명_ 밭갈이 하면서 찍은 사진인데, 1년 후 푸른 백년초 농장으로 바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