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릴적 동네 우물은 여러 집이 쓰는곳이 많았습니다. 저희집 앞 우물도 다섯 집이 썼습니다. 정한수는 그런 동네 우물에서 다른 사람이 긷기 전 제일 먼저 나가 퍼올린 우물물을 말합니다. 어머니는 멀리 객지로 공부를 하러 나간 아들을 위해, 또 돈 벌러 간 아들을 위해, 군에 간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남들 다 자는 꼭두새벽에 우물에 나가 정한수를 길어 옵니다.

먼저 우물에 한번 절을 올린 다음, 조심스럽게 물을 길어와 그 물을 하얀 사발에 가득 담아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천지신명께 치성을 드립니다. 이런 모습은 소설에도 나오고 노래에도 나옵니다. ‘정한수 떠다놓고 이 아들 공을 비는 어머님의 흰머리가 눈부시어 울었소’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원래는 정한수가 아니라 ‘정화수’인데 발음도 비슷하고, 정화수를 떠놓고 자식 잘 되기만을 비시는 어머니들의 눈물과 정한까지 더해서 ‘정한수’로 굳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 어릴 때도 어머니가 장독대 위에 떠놓은 정한수를 자주 보았습니다. 형들이 군에 가 있을 때에도 그랬고, 자식들중 누가 몸이 아파도 그랬습니다. 흰 사발 속에 담겨 있는 정한수를 보면 그 속에 하늘이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을미년 새해 아침에 ‘정한수’를 떠놓고 정성스럽게 비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만들고 회원님들에게는 마음으로 다가가 아픈 부분까지 어루만져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부족하고 부족하지만, 마음과 정성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합니다. 그리고 늘 간절히 기도합니다. 인연이 되신 모든분들은 백년초처럼 백년건강하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