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만 하고, 그렇게 번 돈을 모두 병원에 헌납하고 죽는다.”

소설가 한창훈 씨가 어느 토크콘서트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현대인들이 항상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증적인 불안감에 쫓겨 살다가 결국 병을 얻는다고 말했습니다.

그 가운데서 우리가 잃는 것은 돈과 건강만이 아닙니다. 그가 가장 심각하게 본 것은 바로 ‘인간관계의 단절’입니다. 그는 이를 현대사회가 우리에게 가하는 ‘폭력’으로 간주하고 이에 저항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인간관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현대인의 대부분이 치명적인 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셈입니다.

일중독에 빠져 삶의 여유를 읽고 고립된 삶을 살아가거나, 댓글과 ‘좋아요’로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넷창이 꺼지면 한없이 외로움을 느끼는 생활을 지속합니다. 매년 고독사하는 노인들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장년층이 증가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자살률 역시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러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18세기 석유재벌 록펠러(John D Rockefeller)는 33세에 백만장자가 되었고 43세에는 미국의 최대 부호가 되었으며 53세에는 세계 최대 부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55세에 불치병으로 1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죽으면 다 소용없다’고 생각한 그는 그때부터 자신의 재산을 나누어 주는 일에 매진했습니다. 그러한 자선활동은 그가 98세가 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나누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밝혔습니다.

USA투데이가 소개한 ‘미국 경제를 이끄는 구두쇠 5인’을 보면 그들은 누더기를 걸치고 그 흔한 라디오 한 대 없이 사는 지독한 구두쇠이지만, 동시에 헌신적인 기부자이기도 합니다. 미국 경제를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은 이 같은 자선행위에서 비롯됩니다.

그에 반해 횡령과 탈세 혐의를 받는 부호들의 모습이 익숙해져 버린 나라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호들은 건강악화의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휠체어를 탄 채 검찰에 출두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들에게는 나누는 삶보다 더 좋은 처방전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누는 삶의 효능에 대한 꽤 과학적인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는 노인 423쌍의 생활 패턴과 생존율의 관계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타인이나 배우자에게 봉사하는 삶을 산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는 나눔의 삶을 실천했던 테레사 수녀의 일대기를 학생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 일대기를 본 학생들에게서 나쁜 병균을 물리치는 항생체(IGA)가 일제히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국제 정신생리학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내용에 따르면, 봉사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혈압과 스트레스 레벨이 낮다고 합니다.

굳이 위와 같은 연구결과를 통하지 않더라도, 나누지 못하는 사람은 항상 고독하기 마련입니다. 타인을 위해 헌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신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나눔을 투자하는 것은 분명 지혜로운 삶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내 옷깃만 여미지 말고 다른 이들과 온정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백년초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