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상도(商道)’를 보면 중국 상인들은 담합을 통해 200년 가까이 조선의 인삼 가격을 후려쳤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조선의 거상(巨商)이던 임상옥은 이 같은 부당함에 맞서 초강수를 둡니다. 인삼포대에 불을 질러버린 것입니다. 중국 상인들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불을 끄자 임상옥은 다시 불을 붙이려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인삼 가격은 같은 자리에서 열 배나 뛰었습니다.

원래 인삼은 ‘산삼(山蔘)’을 말합니다. 동의보감에는 귀신같은 효험이 있다고 해서 ‘신초(神草)’로 등재돼 있는데 이 역시 산삼을 말합니다. 하지만 수요가 급증하면서 품귀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점차 자연스럽게 인삼의 인공재배가 시작됐습니다.

‘신농본초경’에는 상약(上藥)으로 120종의 약재가 소개되고 있는데 그 중 단연 으뜸은 인삼입니다. 본경(本經)에는 ‘오장의 양기를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심장을 열어주고, 비위를 좋게 합니다. 오래 먹으면 몸이 가뿐해지며 따라서 장수한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조선 왕실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보약은 인삼이었습니다. 희대의 탕아(蕩兒) 연산군에게 스태미나식 끝판왕은 인삼을 꿀에 재운 인삼정과였습니다. 영조 역시 못 말리는 인삼애호가였습니다. 그는 노년에 100여근(60㎏)의 인삼을 복용할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고질병인 복통을 치유했음은 물론, 52세에 치아가 새로 나기 시작하고 심지어 74세부터는 검은 머리카락이 새로 생겨나서 신하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결국 그는 타고난 ‘약골’이었음에도 83세까지 살며 조선 임금 중 최장수를 누렸습니다. 정조는 ‘홍재전서(弘齋全書)’에서 ‘사람은 만물의 영물(靈物)이고 인삼은 백초(百草)의 영물’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인삼은 학명이 ‘Panax ginseng’인데 파낙스(Panax)는 그리스어 판(Pan-모두)과 악소스(Axos-의약)의 합성어입니다. 즉 만병통치약이란 뜻이죠. 실제로 검증된 인삼의 약효는 원기증진, 면역증강, 자양강장, 혈액순환개선, 신경안정, 치매예방, 항노화, 항산화, 항당뇨, 항암작용, 해독작용, 폐기능강화, 갈증해소, 숙취해소, 설사치료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의학 전 분야에 걸쳐 활용되면서 꺼져가는 생명까지도 기적같이 살려내고 있으니 그 효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명약이라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인삼은 허약하거나 냉(冷)한 체질,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 등에게 좋고, 소음인 체질에는 잘 맞습니다. 그러나 열(熱)한 약재이므로 열이 많거나, 화병이 있는 경우에는 단독 복용을 피해야 합니다. 또 스테로이드제, 아스피린, 혈압약, 여성호르몬제 등 약리활성을 갖는 의약품과 함께 복용하면 안 됩니다. 꿀·대추·사과·장어·닭고기·해삼 등과는 찰떡궁합이지만, 무·커피·녹차·오리고기 등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오늘날, 인삼에 비견되는 약초가 있습니다. 바로 남해산 토종백년초입니다. 뿌리와 줄기에는 사포닌 향이 듬뿍 들어 인삼향이 가득하며, 잎에는 선인장의 특유의 영양성분인 식이섬유, 아미노산, 칼슘, 칼륨, 비타민 등 영양성분이 풍부합니다. 또 잎에는 약용성분인 식이섬유와 플라노보이드, 페놀성 물질 등 항산화 물질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이 두가지가 합쳐져 인삼보다 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또 주목해야 할 것은 인삼과 달리 모든 사람이 체질하고는 상관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니 인삼보다 더 강점이 많은 식물인 셈입니다. 그러므로 백년초가 인삼보다 좋다는 것, 이해 됐죠.

이제, 인삼 한 뿌리와 백년초 한 뿌리로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꿔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