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은 눈으로만 오는가

남북 백두대간허리춤 동여맨 가을나무들이숨 가쁜 만산홍엽릴레이 릴레이로 잇따라 터뜨리는 홍소

한로 지나고 상강 지나어느새 서늘해진 우리들의 베갯머리에누가 또 슬그머니 성냥불을 긋는지나무란 나무잎새란 잎새들마다미친 척 냅다 확 석유통을 끼얹는지

못내도 못 벗어난 단 칸 살림의분합문 속으로 튕겨져 들어오는한 잎 단풍에도쏟아 붓듯 붉디붉은 문양들버티듯 닫아 건 창호지 문살마다맹렬히 감아오는 이 은밀한 치정

불타는 천지간솟을꽃살문이 따로 없네꽃 지우고도 불붙는순금(純金)의 사랑이 여기 있었네



날이 추워지면 자연은 겨울을 준비합니다.

상강에서 입동에 이르는 이 시기에는 길가의 나무들도 잎을 모두 떨구는데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야생의 동물들은 겨울잠을 준비하거나 겨우내 따뜻하게 지낼 동굴 같은 것을 찾아 이동합니다.

사람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금이야 크게 준비랄 것 없이 겨울을 맞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 김장이며 연탄들이기며 장 담그기 창호지 바르기 같은 겨우살이 준비로 이맘때 사람들은 매우 분주했습니다.

딱히 겨우살이 준비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예전에는 추위가 닥쳐올 때 연중행사처럼 보약 한첩이나 삼계탕 같은 특별한 음식으로 영양보충에 신경 쓰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이 때만 해도 연중 먹는 양식이 충실치 못하기 때문에 겨울 추위에 대비하여 체력을 보충한다라는 의미로 그같이 했던 것 같습니다.

천고마비라는 말도 있듯 야생의 생물들도 최대한의 영양보충으로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걸 보면 가을의 영양보충이란 거의 본능적인 적응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죠.

일반적으로 보약이라 하면 인삼 녹용을 넣어 대강 만들면 되고 그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보약도 정말 몸에 맞는 것을 먹으려면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 아래 개인의 체질과 환경 조건 등에 맞춘 약을 구해야만 합니다.

보약이라고 통칭하긴 하지만 엄밀하게 보약은 기를 보하는 보기제(補氣劑)와 부족한 피를 충실하게 해주는 보혈제(補血劑), 음이 부족한 음허를 보완하는 보음제(補陰劑), 양기(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에게 필요한 보양제(補陽劑) 등으로 나눠집니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정력 부족으로 일컫는 남성의 발기부전만 하더라도 증상은 같지만 그 원인은 양기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고 음기가 부족한 탓일 수도 있으며, 둘 다 부족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음기 부족이 원인인 발기부전에 무작정 양기를 채우는 보양제를 쓴다면 몸의 음양은 균형이 더욱 기울게 되어 증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고 자칫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보약이란 체내의 음양기혈을 균형 있게 보충할 수 있도록 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