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초 (百年草)는
백년초 나무는

백년의 눈비를 맞아도

천 년의 세월에 지쳐도

몸뚱이 베어질 때까지

여기 이 땅에서 푸르게 숨을 쉬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지나니 눈에 띄게 아침이 쌀쌀해 졌습니다. 곧 내릴 서리로 인해 몸이 움추려져질 생각에 잠시 몸을 떨었습니다. 그러나 서리도 추운 바닷바람도 여수만 발아래 둔 고개 하나 넘어설 때 비춰오는 눈부신 햇살로 인해 산산히 부서질 것입니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긴 겨울에도 얼어죽지 않게 하는 것은 햇살 혹은, 햇살 같은 마음이 아닐까, 저 혼자 누리는 아늑한 구들방에서야 게으름밖에 더 누리겠습니까. 그 게으름이 걸인을, 쥐 몇 마리를, 세상의 외로운 많은 것들을 얼어죽게 하지 않았을까요.

뿌리뽑힐 때까지 백년이고 천년이고 하늘을 이고 우뚝 자리한 백년초가 더욱 경이로운 아침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때론 시끄러워도 꿋꿋이 자리를 차고 해마다 잎과 열매를 꽃을 피워 냅니다. 

봄에서 여름, 그리고 가을에서 겨울로 그래서 긴 세월을 겪으면서 자연이든 사람이든 떠날 자는 떠나고 남는 이는 남는 법입니다. 가고 오는 것을 어찌 막겠습니까. 떠난 곳에 다시 새 순은 돋고, 새 날을 향한 아침이 시작됐던 것이 이 땅의 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