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7일은 24절기상 열 세 번째 절기인 입추입니다. 입추는 가을 기운이 들어오기 시작함을 알리는 절기죠. 물론 입추가 지났다고 해서 당장 가을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 계절상 우리가 실제 느끼는 가을은 9월 추분에서 12월 동지 사이가 되고, 현실은 한동안 오히려 그야말로 찜통 같은 더위가 절정을 이루게 됩니다. 그러나 입추가 지나며부터는 맹렬한 더위도 서서히 속으로부터 그 기세가 꺾이게 되며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현실에서는 이렇게 기운의 시작과 실제 느끼는 계절과 시차가 있게 됩니다. 그러기에 현자들은 입추의 기운을 보며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다가오는 가을을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여름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고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가을에 당황하게 됩니다. 인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인생의 사계절이 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지혜의 눈으로 바라보면 지금이 진짜 본격적인 여름인지, 막바지 물러날 때인지를 알고 때에 맞는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욕심이 지나치면 입추 지난 늦더위를 본격적인 여름으로 착각하듯, 언제까지나 여름 같은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착각하며 기고만장하다가 갑자기 찾아오는 된서리에 모든 것을 망치게 됩니다. 농경문화에서 입추의 시기는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이기에 일조량이 풍부한 맑은 날씨가 이어져야 풍년이 들게 됩니다. 그렇기에 조선시대에는 입추가 지난 뒤 5일 이상 비가 계속 내리면,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기우제(祈雨祭)가 아니라 비를 멈추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또 우리 전통적인 풍습 중 입추 날 하늘이 완전히 맑으면 대풍년이고, 비가 조금 내리는 것은 풍작의 조짐으로 길하게 여기며, 많은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 해 꺼리는 속설이 있습니다. 

입추를 몇일 앞둔 지금, 전국은 폭염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걱정됩니다. 입추가 지난 시점부터는 아무리 찜통 같은 무더운 날씨라도 찬 음식을 절대 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아무리 무더워도 속으로는 이미 가을의 음 기운이 들어오고 있기에 찬 음식을 섭취하면 몸 속 음양의 조화가 깨져 건강이 약해지게 돼 있습니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그 여름 더운 날에도 이열치열이라 해 삼계탕 등 뜨거운 음식으로 몸을 보하게 하지 않았던가요. 건강을 지키길 원한다면 지금부터 가능한 한 따뜻한 음식과 물을 섭취해야 합니다. 찬 음료와 음식이 당장은 시원하고 입에는 좋을지 몰라도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독이 됩니다.

더위를 잘 견딘 백년초가 약성에 좋은 백년초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가을의 햇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