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24절기 중 입춘(立春)에 이은 두번째 절기인 우수(雨水)입니다. 우수라는 단어는 비를 뜻하는 우(雨)자와 물을 뜻하는 수(水)자로 이루어져 있죠. 이는 눈이 녹아 비로 바뀌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말인데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겨울이 가고 봄을 맞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과 땅속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사이에 놓여 봄 소식을 알리는 것이죠.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곧 남해도 날씨가 봄기운이 서리고 봄바람이 불어 오면은 언 땅이 녹고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 풀과 나무가 깨어날 것입니다.


양력으로 2월을 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몸으로 체감하는 추위가 여전하고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태양태음력 즉 음력에서의 정월은 계절상 봄에 해당합니다. 봄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 중의 또 하나는 꽃샘추위가 이즈음에 기승을 부려서입니다. 날씨가 풀리는 듯 하다가 꽃샘추위 때문에 다시 몸을 움츠리게 만드니 봄을 맞는다는 게 실감나지 않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꽃샘추위가 아무리 몰려온다고 해도 우수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추위가 물러나고 시나브로 봄기운이 물들게 됩니다.


이때에 닥치는 추위에 사람들은 힘든 겨울나기 생각에 마음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추위는 꼭 겨울이라는 계절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겨울이 아니어도 삶에는 꽃샘추위처럼 갑자기 닥치는 추위들이 가득합니다.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삶의 추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질병 돈 인간관계 갈등 다툼 등이 삶을 춥고 힘들게 만듭니다. 살아가면서 병원에 한 번도 가지 않을 정도로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질병은 피하기 힘든 일입니다. 돈 문제 역시 사람을 힘들게 만듭니다.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 역시 없습니다. 평생 돈 문제로 시달리는 게 일반적인 삶입니다. 질병과 돈은 사람의 삶을 힘들게 하는 추위와 같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사람 사이의 갈등과 다툼을 부르는 인간관계 역시 삶을 힘들게 하는 추위의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추위들에 둘러 싸여서 살아갑니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런 추위들은 고통을 만들어내고 삶을 힘들게 합니다.


삶의 고난이 봄날의 얼음처럼 녹아내리기를 원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대동강 얼음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삶의 추위와 얼음이 녹아내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우수에 해봅니다. 이어서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 사람들이 삶의 추위와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며 기도를 드리곤 합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여러 가지 다짐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짐과 달리 세상살이는 녹록치 않고 마음은 또 얼음장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봄 맞는 우수의 따뜻함처럼 사람들의 고난과 고통이 언 땅이 풀리듯이 만사가 풀리기를 기도해 봅니다. 나라 안팎이 온통 어수선해서인지 다가오는 새봄에 거는 희망들이 유난히 많아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