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정월 대보름입니다. 최근 10년간 대보름 중에 올해가 가장 춥네요. 날짜도 빠른 편이고 기온도 평년보다 크게 낮습니다.

도시인들은 오곡밥도 햇반으로 먹는 요즘이지만 농촌에서는 여전히 대보름을 알차게 보냅니다. 1년 중에 가장 중요한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니까요. 아침에는 오곡밥을 지으며 다양한 곡식을 수확하길 빕니다. 늦은 밤에는 달의 여신에게 물을 잘 다스려 주길, 농사가 순조롭게 되길 기원하지요. 부럼 깨고 더위도 팔면서 건강도 빕니다. 사실 대보름날 세시풍습을 찬찬히 따져보면 건강과 관련한 것이 많습니다. 조상들도 만복 가운데 건강을 으뜸으로 쳤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귀밝이, 부럼, 더위 등 건강 항목마다 소원을 빌었지요. 오늘날에는 정월에 항목별로 건강 계획을 짜서 실천방법을 도출하고 이를 실천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름날의 정신을 적용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농가의 어르신께서 그러시더군요. 풍년일지 흉년일지는 가을이 돼봐야 알지만 시작은 늘 같다고요. 결과가 어떻든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봄을 기분 좋게 맞이하면 그 기운이 고스란히 작물에 전해져 결실도 풍요롭다면서요.

우리 대부분이 도시에 사는 시대지만 정월 대보름을 맞아 저만의 풍년을 기원해 보려 합니다. 2017년에는 어떤 결실을 보고 싶은지, 이를 위해 봄부터 무슨 씨앗을 심을지 정하고 꾸준한 정성과 풍년을 빈다면 정월 대보름이 갖는 의미를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잘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자세를 갖는 것과 아닌 것은 분명 차이가 있으니까요.

어떤 분들 중에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보름달 보면서 소원 비는 것이 미신이라고 꺼리는 분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글쎄요, 보름달을 보면서 자신이 믿는 신께 비는 것도 미신일까요? 어제보다 더 둥글 오늘 달을 보면서, 또는 정월 어느 날 하늘을 보면서 건강과 행복의 요소들을 떠올리며 실천을 다짐하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좋은 날씨를 기원해 봅니다. 그런 분들의 마음까지 모두 더해진다면 달님도 잘 살펴주시지 않을까요. 우리의 먹거리를 만들어주고 계시는 대한민국 농가에 풍년이 가득하기를. 더불어 날씨로 인한 피해가 없는 봄·여름·가을·겨울이 되기를.


정월 보름 세시풍습 현대에 적용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