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나른하고 좀처럼 숙면을 취하지 못합니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늘 몸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병원이나 한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도 똑 부러지는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건강을 위해 효소에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효소(엔자임·enzyme)는 우리 몸 안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대사 활동에 관여하는 단백질입니다.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의 화학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는 촉매 같은 구실을 합니다. 한마디로 단백질로 만들어진 촉매인 셈이죠. 예컨대 침 속에 있는 아밀라아제는 녹말을 맥아당이나 포도당으로 분해해 소화를 돕는 효소인데 이런 특성 때문에 효소는 음식 소화, 세포 형성, 해독, 살균 등 몸 안에서 일어나는 각종 생화학 반응을 활성화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입니다. 또 효소가 없다면 각각의 영양소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효소가 부족하면 온몸이 나른하고, 쉬 피로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신현재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우리 몸에 효소가 부족하면 빨리 늙는다”며 “몸속에 효소를 많이 저장하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죠.

효소, 어디에 많이 있을까요. 효소는 채소와 과일, 해조류, 곡류 등에 많습니다. 단, 효소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가공·조리되지 않은, 신선한 상태로 섭취해야 합니다. 또 백미보다는 현미, 흰밀가루보다는 통밀가루에 효소 함유량이 높습니다. 곡식의 씨눈과 엽록소가 함유된 식물의 잎, 줄기, 뿌리, 각종 열매와 새싹채소에도 효소가 많습니다. 과일 중에서는 배, 포도, 파인애플, 파파야에, 채소 중에서는 토마토와 당근 등에 효소가 많은 편입니다. 파파야로부터는 파파인을, 파인애플 줄기로부터는 브로멜라인을, 효모와 곰팡이로부터는 락타아제와 셀룰라아제라는 효소를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색의 과일과 야채는 효소뿐 아니라 항산화제 및 비타민, 식이섬유, 미네랄의 공급원이 됩니다. 양념에 배를 갈아 넣어 숙성시킨 불고기가 부드럽고 맛이 있는 것도 효소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된장과 고추장, 김치, 청국장, 젓갈, 식혜 등에도 효소 함유량이 많습니다. 엿기름을 삭혀 식혜를 만들고, 콩을 된장과 간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효소가 발생합니다.

식품 발효에 쓰이는 효모균, 젖산균 등의 미생물은 발효를 위해 스스로 효소를 분비합니다. 따라서 식품을 발효시키면 식재료 자체에 들어 있는 식품효소 외에 미생물 발효 효소까지 동시에 섭취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 가정에서 흔히 담그는 매실 원액이 그런 식품입니다. 각종 각종 요리에 매실 원액을 넣고 난 뒤부터 소화도 잘되고, 피로도 덜 쌓이게 느끼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평소 위가 좋지 않아 고생하던 남편의 증상도 많이 호전되기도 합니다.

과일과 채소로 만드는 발효 원액은 누구나 집에서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식용과 약재로 쓰이는 과일과 채소, 야생초 등은 모두 재료가 됩니다. 가능하면 무공해 채소와 과일을 고르도록 하세요. 과일은 껍질과 씨앗을 그대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양념으로 쓰이는 마늘, 생강, 양파 등도 발효시켜 샐러드 드레싱이나 고기를 잴 때 사용하면 유용합니다.

우선 과일·채소 등의 재료를 깨끗이 씻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자르거나 통째(백년초 열매)로 넣은 다음 재료를 설탕과 잘 버무려 항아리에 담습니다. 재료와 설탕을 항아리 안에 켜켜이 쌓아 넣는 것도 무방합니다. 이때 재료와 설탕의 비율은 1:1 정도가 적정합니다. <효소음료 건강법>의 저자 박국문씨는 “사과와 배처럼 수분 함량이 많은 과일은 재료 10㎏에 설탕 11㎏이 적당하고, 수분 함량이 적은 다래, 오미자, 머루와 당도가 높은 포도 등은 재료 10㎏에 설탕 7~8㎏이 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재료를 담은 뒤에는 손으로 골고루 눌러주고, 그 위에 설탕을 재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골고루 뿌린 후 구운소금을 한 줌 정도 더 뿌립니다. 입구를 한지로 봉한 뒤 햇볕이 들지 않는 어두운 곳에 보관합니다.

5~7일 후면 1차 발효가 완성되는데, 이때까지는 재료를 매일 뒤집어 주도록 합니다. 이때쯤이면 재료의 성분과 수액이 대부분 빠져나옵니다. 색깔도 녹색에서 연두색이나 황록색으로, 또는 붉은색에서 분홍색으로 탈색됩니다. 1차 발효된 즙액을 소쿠리로 거릅니다. 거른 즙액을 2~3개월 동안 항아리에 2차 숙성시킵니다. 숙성 기간이 지난 다음엔 매실효소처럼 요리에 활용하거나 물에 타서 마시면 됩니다.

요즘 가을철에는 백년초 열매, 사과, 오미자, 머루, 도라지, 모과 등으로 발효 원액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겨울철 동안 충분한 비타민을 공급해 면역력을 높이고 감기를 예방하는 데 효과도 좋습니다. 올가을 부족한 원기를 집에서 직접 만든 발효 원액으로 보충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