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힘 없이 세상 모든 낙이 사라져버린, 한줄기 희망의 빛도 찾을 수 없이 어둠의 골짜기를 헤맬 때. 절벽 위에서 한치의 발도 내디딜 수 없는 절망과 고통에 몸부림칠 때. 생의 모든 욕망과 의욕을 상실하고 네모진 벽에 갇혀 홀로 끙끙 거릴 때. 믿었던 벗에게 발등 찍히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등 돌릴 때. 소진하고 탈진해 기진맥진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그런 순간 순간들을 당신은 오늘도 입술 악다물고 잘 견뎌내고 계시나요?

사람은 자기 인생을 자신의 색으로 채색하고 조각합니다. 그럭저럭 사는 사람은 그럭저럭 생을 끝맺습니다. 인생은 예술입니다. 예술가는 돈 안 되는 일에 목숨 거는 사람들입니다. 단 하나 뿐인 목숨을 걸면 어떤 고난도 견뎌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일에 목숨 바칠 수 있는 사람은 열정의 동굴 속에 삽니다. '열정(Passion)'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열정은 그리스어 '격정에 빠진다'는 뜻의 '파세인 (Pathein)'과 고통스러운 것을 '견딘다(Erleiden)'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열정은 자기에게 어렵고 익숙하지 않고 괴로운 것을 자신의 본질로 수용하려는 마음, 나만의 길을 모색하는 위대한 여정"이라고 정의합니다.

열정은 고통과 절망을 용기와 꿈으로 바꿉니다. 열정은 넘어진 곳에서 다시 일으켜 세우고 추락하고 몰락하는 것에 날개를 달아줍니다. 열정은 무덤덤한 삶을 활기차게 만듭니다. 열정을 품은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길을 찾아 나섭니다. 어둡고 침침한 동굴 속에 자신을 가두고 가식과 위장을 벗어버리면 구석기시대 원시인처럼 시공을 초월하는 살아 숨쉬는 말 한마리 조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철학자 랠프 에머슨은 "위대한 일 치고 열정 없이 이루어진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실패와 성공의 역설과정이 인생이라는 예술을 완성합니다. 마른 땅바닥에 헤딩하듯 살아도 열정을 품은 자의 가슴은 뜨겁고 황홀합니다.

나이 때문에 돈이 없어서 시간이 부족해서 희망이 없어서 실력이 안 돼서란 얕은 변명은 섣부른 포기에 불과합니다. 외롭고 쓸쓸한 공간에서 포기하지 않고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삶의 여정을 떠나는 과정이 열정입니다. 잘 나가고 부유초처럼 떠 있을 땐 소중한 것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가라앉고 낮아지고 침잠하면 3만여년 전 알타미라 동굴 벽에 새겨진 박제된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열정은 자기가 누리고 알고 있는 세상의 편안함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익숙함을 무너뜨리는 고통의 길입니다.

우리 모두는 예술가입니다. 삶의 흔적을 인생이란 화폭에 그리고 새깁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부정하는 작은 출발이 가시밭길 힘든 생의 고비마다 열정이란 단어로 소망을 노래합니다.

당신의 피와 살 속에 단 한 줌 꺼지지 않는 혼으로 남은 열정의 불씨를 지금 꺼내드립니다. 동굴을 밝힐 성냥불을 켜는 건 당신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