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세건강 - 건강한 100년 삶을 약속합니다. - 남해백년초 갤러리 [[이야기가 있는 갤러리에서 백년초 차한잔] 아버지의 사랑]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하늘에 마치 구멍이 난 것처럼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구멍이 어느 가난한 집 지붕을 뚫었습니다. 방 안으로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희미한 전등 아래에 아이들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황급히 새는 곳을 양동이로 받쳤습니다. 방 한쪽에는 며칠 전 교통사고를 당한 아버지가 한쪽 팔에 깁스 붕대를 한 채 누워 있었습니다. 말없이 지켜보던 아버지는 몸을 일으키더니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아버지는 그날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자정이 넘어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걱정이 된 식구들이 아버지를 찾아 나섰습니다. 동네 한 바퀴를 다 돌아도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 안으로 다시 들어서는데 지붕 위에 시커먼 물체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버지였습니다. 구멍 난 기와지붕 위에서 홀로 우산을 받치고 있었습니다. 깁스를 한 채 말없이…. 아버지는 그렇게 밤새 아픈 팔을 부여안고 식구들의 지붕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한 가정의 든든한 지붕입니다.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습니다. 영국의 한 아버지가 최근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손아귀에서 10대 아들을 구출했다고 합니다. 아버지 카림 모하마디는 IS에 가담한 열아홉 살짜리 아들을 찾기 위해 터키로 날아가 수소문했습니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내전이 한창인 시리아 국경까지 넘었습니다. 목숨을 내건 부정(父情)이었습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IS 근거지에서 아들을 찾아내고는 눈물로 설득해 본국으로 데려왔습니다.

아버지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그렇습니다. 아버지에게는 보이지 않는 눈물이 더 많습니다. 딸이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문을 쳐다봅니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 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엔 늘 가을과 겨울뿐입니다. 세상의 추위 속에서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주는 존재입니다.

아버지의 계절, 겨울입니다. 불황의 그늘은 깊어가고 아버지의 존재는 점점 희미해져갑니다. 모진 세파에 맞서는 아버지의 어깨가 자꾸만 움츠러듭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꼭 필요한 말은 한마디뿐입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